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오늘 뭐 했어?”, “재미있었어?”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그냥…”, “기억 안 나” 단답형뿐이라 답답하셨던 적 있으신가요?
억지로 말을 시키면 오히려 입을 꾹 다물어버리는 아이와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를 트고, 아이 머릿속에 숨겨진 기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주말 저녁 식탁이나 거실에서 가볍게 즐기는 ‘스토리텔링 보드게임’입니다. 무거운 공부 이야기는 잠시 내려놓고, 서로 엉뚱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가벼운 놀이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얼마 전 TV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 가족이 거실에 모여 앉아 서로 엉뚱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보드게임을 즐기는 장면이 눈에 띄었습니다. “와, 저렇게 가볍게 대화를 나눌 수도 있구나” 하고 인상 깊게 보았는데, 문득 “우리 집도 주말마다 스마트폰만 볼 게 아니라 저거 녹화해 뒀다가 똑같이 한번 따라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와 함께 부담 없이 시작하기 좋은 대표적인 스토리텔링 게임으로는 ‘딕싯(Dixit)’과 ‘스토리 쿠키(또는 이야기 만들기 계열의 카드 게임)’를 꼽을 수 있습니다.
‘딕싯’은 몽환적이고 독특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카드를 보며 한 사람이 단서(비유어, 문장, 단어 등)를 던지면, 다른 사람들이 그에 맞는 카드를 내고 맞히는 게임입니다. 정답을 맞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이 카드를 골랐어?”라고 서로의 생각을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평소 감성과 상상력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됩니다. 규칙이 아주 단순해서 보드게임을 잘 모르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도 몇 분 만에 룰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사위를 굴리거나 그림 카드를 이어 붙여 즉석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토리 큐브’ 같은 게임도 아주 훌륭합니다. “옛날 옛적에 우주 왕자님이…” 하고 부모가 먼저 한 문장을 던지면, 아이가 카드를 뽑아 “갑자기 거대한 문어가 나타나서 떡볶이를 먹었어요!” 하는 식으로 릴레이를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어른들로서는 상상도 못한 기발한 전개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이면서도 재미있게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결국 주말 저녁에 아이와 하는 보드게임은 승패를 가리는 경쟁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속 주파수를 맞추는 가벼운 대화의 도구입니다.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던 아이가 엄마 아빠와 눈을 맞추며 엉뚱한 이야기를 지어내고 낄낄거리는 그 시간 자체가 아이와의 유대감을 돈돈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번 주말 저녁에는 복잡한 교구 대신, 아이의 입을 열게 만드는 가벼운 상상력 카드 한 장을 꺼내 가벼운 수다를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