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놀아주기 위해 보드게임을 하나 골랐는데, 막상 게임을 시작하고 나니 아이보다 엄마가 더 재미있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 교육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으로 꺼냈지만, 몇 판 하다 보면 엄마가 먼저 게임 규칙을 설명하고 가족들에게 “한 판만 더 하자”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보드게임에는 단순히 숫자를 익히거나 계산 능력을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예쁜 그림, 아기자기한 구성, 이야기와 역할, 감정적인 교감을 자극하는 게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교육용 가족 보드게임이라고 해서 딱딱한 학습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웃고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수학, 언어, 공간 감각, 논리적 사고를 익힐 수 있는 게임도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아이를 위해 준비했지만 오히려 엄마들이 더 좋아할 만한 가족 보드게임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1. 아줄(AZUL) – 타일을 꾸미는 재미가 있는 가족 보드게임
엄마들이 좋아할 만한 가족 보드게임을 이야기하면서 빼놓기 어려운 게임이 아줄(AZUL)입니다. 아줄은 포르투갈의 아름다운 타일 장식인 아줄레주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다양한 색상의 타일을 가져와 자신의 개인 보드에 규칙에 맞게 배치하면서 점수를 얻습니다.
게임의 재미는 단순히 타일을 많이 가져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어떤 색을 가져올까?”
“어디에 배치해야 할까?”
“상대방이 원하는 타일을 내가 가져가도 될까?”
라는 선택이 계속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게임판에 알록달록한 타일이 하나씩 채워지는 모습이 상당히 예쁩니다. 그래서 경쟁 게임이지만 분위기가 거칠지 않고, 무언가를 예쁘게 완성해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색깔과 패턴, 공간 배치와 수학적 사고를 경험하게 하고, 어른에게는 퍼즐을 맞추는 듯한 재미를 줍니다.

2. 마라케시 – 양탄자를 깔며 시장을 완성하는 재미
마라케시(Marrakech)는 오늘 소개하는 게임 가운데에서도 특히 독특한 소재가 돋보이는 멘사셀렉트 보드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시장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양탄자를 하나씩 깔아나갑니다.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의 양탄자를 밟지 않으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상대방이 자신의 양탄자 위에 멈추게 되면 돈을 받습니다.
이 게임의 매력은 양탄자를 실제로 한 장씩 펼쳐서 게임판을 꾸며간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비어 있던 게임판이 게임이 진행될수록 여러 색깔의 양탄자로 채워집니다. 그래서 단순히 점수를 얻는 게임이 아니라 나만의 시장을 만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이동 경로와 공간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상하면서 영역을 확보하는 전략적인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게임 구성물이 예쁘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있어서 보드게임 자체의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 게임입니다.
3. 딕싯(Dixit) –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드는 게임
딕싯(Dixit)은 숫자나 계산보다 상상력과 감수성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특히 잘 맞는 보드게임입니다.
게임에는 상당히 독특하고 몽환적인 그림 카드가 들어 있습니다. 플레이어 한 명이 자신의 카드 한 장을 선택하고 그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을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카드에 이상한 풍경이 그려져 있다면,
“어린 시절의 여름”
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혼자 떠나는 여행”
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 설명과 가장 어울리는 카드를 자신의 손에서 골라 제출합니다. 그리고 어떤 카드가 출제자의 카드인지 맞히는 방식으로 점수를 얻습니다.
이 게임의 재미는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같은 그림을 보고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아이와 엄마가 함께 플레이하면 “엄마는 이 그림을 이렇게 생각했구나”라는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교육적으로도 언어 표현력, 상상력, 관찰력, 의사소통 능력을 자연스럽게 자극할 수 있습니다.
4. 도블(DOBBLE) – 엄마도 아이도 정신없은 숨은 그림 찾기
조용히 앉아서 생각하는 게임보다 가족들이 함께 웃고 떠드는 게임을 원한다면 도블(DOBBLE)이 좋습니다. 원형 카드에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두 장의 카드에는 반드시 공통된 그림 하나가 있습니다.
누가 먼저 찾아내느냐가 핵심입니다. 규칙은 매우 간단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됩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하면 재미있는 것이, 아이가 의외로 어른보다 빨리 그림을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엄마가 아이에게 지면서 “잠깐만, 다시 한 번!”을 외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시각적 관찰력, 집중력, 반응 속도를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5. 카르카손 – 타일을 놓으며 하나의 지도를 완성한다
카르카손(Carcassonne)은 타일을 하나씩 놓아 도시와 도로, 초원 등을 만들어가는 게임입니다. 처음에는 작은 타일 몇 장으로 시작하지만 게임이 끝날 때쯤이면 테이블 위에 거대한 하나의 지도가 만들어집니다.
이 게임의 매력은 내가 직접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입니다. 아이들은 타일을 연결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간과 방향을 생각하게 되고, 어른들은 어느 곳에 자신의 말을 배치할지 고민하면서 전략적인 재미를 느낍니다. 특히 게임을 처음 접하는 가족이라면 규칙이 너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매번 다른 형태의 지도가 만들어진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6. 어메이징 라비린스 – 미로를 움직여 보물을 찾아라
아이와 함께할 보드게임을 찾는다면 어메이징 라비린스(The Amazing Labyrinth)도 상당히 재미있는 선택입니다. 게임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간단합니다.
미로를 움직여서 내가 찾아야 할 보물에 도착하는 것.
그런데 이 미로는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플레이어가 미로 타일 하나를 밀어 넣으면 게임판 전체의 길이 달라집니다. 방금 전까지 연결되어 있던 길이 막히기도 하고, 반대로 갈 수 없었던 곳에 새로운 길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말을 움직이기 전에
“이 타일을 밀면 길이 어디까지 연결되지?”
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간지각력과 논리적 사고, 계획 능력을 활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교육적인 부분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상대방의 길을 살짝 막아버리는 순간입니다. 내가 보물을 찾아가려고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다른 사람이 미로를 한 번 밀어버리면 다시 길을 찾아야 합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하면 의외로 어른들이 더 승부욕을 보이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엄마들이 좋아하는 가족 보드게임에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가족 보드게임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좋은 게임”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되는 게임이 아닙니다.
오히려
- 예쁘다.
- 이야기가 있다.
- 직접 무언가를 만든다.
- 가족과 대화를 한다.
- 매번 결과가 달라진다.
는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특히 여성 플레이어가 선호하는 경향을 이야기할 때는 게임의 승패뿐만 아니라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과 시각적인 만족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물론 모든 엄마의 취향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족용 보드게임을 고른다면 단순히 “수학 공부에 도움이 되는가?”만 생각하기보다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재미있게 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드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교육과 놀이의 경계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아이는 색과 숫자를 익히고, 엄마는 전략을 세웁니다. 아이는 지도를 읽고, 아빠는 상대의 길을 막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보며 상상력을 펼치고, 엄마는 그 그림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보면 좋은 보드게임은 단순한 학습 도구에 그치지 않습니다.
가족이 한자리에 앉게 만드는 작은 놀이터에 가깝습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부모와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며 즐기는 보드게임 자체가 꽤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엄마들이 좋아하는 가족 보드게임이란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억지로 하는 게임이 아니라, 함께 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게임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게임이라면 아이에게 한 번 양보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엄마, 오늘 저녁에 한 판 더 할까?”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