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늘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마음을 환기시켜 줍니다. 특히 자전거 여행은 두 발로 페달을 밟으며 바람을 가르고, 계절의 공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특별합니다. 지난 주말 영천 임고강변공원에서 영천댐 수변도로를 따라갔던 자전거 여행을 소개합니다. 7월에 내렸던 폭우로 물이 가득 찬 영천호와 길게 이어지는 벚꽃나무 터널길, 그리고 오지 마을의 정겨운 풍경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코스입니다.
출발: 임고강변공원 경유: 영천댐 전망대 → 용화리 입구(묘각사) → 자양면사무소(공예체험관) → 삼귀교 → 충효삼거리 충효사에서 U턴 → 삼귀교 → 신방리(자호천 생태학교) → 영천댐공원 → 임고 강변공원 거리: 약 28km(묘각사 들렀다 오면 10km 추가)
영천댐 외곽 수변도로와 벚꽃길, 시골마을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힐링 자전거 여행 코스입니다. 원하신다면 묘각사, 보현산 천문대까지 올라갔다 올 수도 있습니다.

임고강변공원 위쪽으로 가면 이런 위령탑이 나옵니다.(영천시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강변공원에는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 캠핑을 즐기고 있습니다. 위령탑에서부터 자전거길이 시작됩니다.

이번에 다녀온 코스입니다. 영천호반을 따라 쭉 올라가게 됩니다. 이 코스는 대부분 평지로 되어 있어 크게 오르막이 없습니다. 영천댐 전망대까지는 5분 정도 오르막길이 있고, 삼귀교를 지나서 신방리로 넘어가는 고개가 하나 있습니다. 이 고개는 가파른 편인데, 이름은 모르겠네요!

임고 강변공원에서 약 10분 정도 달리고 작은 오르막을 오르면 탁 트인 영천호가 펼쳐집니다. 이곳은 봄이면 벚꽃터널이 만들어지고 마라톤 대회도 열리는 명소입니다.

호수를 따라 달리다 보면 우측으로는 물결을 따라 강바람이 시원하고, 좌측으로는 푸른 산과 벚꽃나무가 줄지어 있어 마치 자연 속 벚꽃 터널을 지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봄에는 분홍빛 꽃비가 흩날리고, 여름에는 푸른 숲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라이딩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여기서 묘각사까지는 5km 정도 거리입니다. 용화리를 지나면 숲이 우거진 산악도로를 달리게 됩니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묘각사의 선방에 앉아 잠시 여유를 가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2시간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다녀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임고강변공원에서 약 30분 정도 달리면 자양면소재지에 도착합니다.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깨끗한 면사무소, 보건소, 파출소가 있습니다. 면사무소 뒷편에는 오감공예체험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예전 자양초등학교 건물을 약간 개조하여 예술인들과 방문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운동장은 캠핑장으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현재 건물 내부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네요! 교실 앞에 앉으면 영천호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자양면사무소에서 조금 올라가면 우측으로 망향공원이 나옵니다. 크고 작은 조형물들이 있고, 전시관 뒤쪽으로 가면 조용히 앉아 영천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망향공원 바로 앞에는 성곡식당이 있습니다. 진한 육수에 주변의 나물을 넣어 끓인 경상도식 메기 매운탕의 맛이 좋습니다. 예전에는 민물 붕어회 맛이 고소했는데, 요즘은 영천호 어로행위가 금지되어 민물회는 판매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1시간 전쯤에 미리 전화로 예약하고 가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식사가 가능합니다.

삼귀리로 들어가는 삼귀다리입니다. 이 다리를 건너면 오지마을로 들어서게 됩니다. 요즘은 도로와 시설들이 많이 들어서 있어 ‘오지마을’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대부분 옛사람들이라 여전히 시골 풍경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충효삼거리의 충효사까지 둘러보고 올 계획입니다.

충효삼거리에서 좌측으로 틀면 바로 충효사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휴일에는 전국에서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므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충효사 입구에는 마을 주민들이 재배한 복숭아와 나물을 판매하는 작은 시장이 열립니다. 지붕 없는 사천왕상을 지나 언덕 위로 올라가면 옥으로 만든 오백나한상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햇볕이 옥에 반사되어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납니다. 충효사는 유난히 지장보살상이 많으며, 이곳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충효삼거리에서 좌회전 후 계속 페달을 밟으면 별빛마을과 보현산 천문대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천문대에 오르려면 산악자전거가 필요합니다. 천문대에서 영천짚라인과 보현산댐 출렁다리를 거쳐 다시 영천으로 내려가는 코스도 있습니다. 일단 저는 U턴하여 삼귀교로 다시 내려갑니다.

삼귀교는 폭이 좁은 다리로 물 위에 건설되어 있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면 독특한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포항으로 가는 사람들은 종종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직접 걸어보기도 합니다.

삼귀마을에는 하루에 1-2번 오는 버스정류장이 있고, 수수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 마을회관과 경로당이 있지만 사람 모습은 보이지 않네요! 삼귀리 경로당을 지나자 언덕길이 시작됩니다. 힘들게 페달을 밟아보지만 가파른 고개 아래부터는 자전거를 끌고 가야 했습니다. 그늘이 조금이라도 드리워졌으면 좋으련만…!

고개마루에 올라서니 이후로는 내리막길입니다. 신방리까지 페달 한 번 밟지 않고 꼬불꼬불한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정말 상쾌합니다. 자전거가 속도를 내고 있어도 주변의 콩과 옥수수, 참깨 밭들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신방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영천호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옛날 신방초등학교는 폐교가 되고, 그 자리에 자호천생태학교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영천강변공원 앞으로 흐르는 강이 바로 자호천이거든요!
잠시 생태학교로 걸어봅니다.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는 텐트들이 쳐져 있고, 캠핑을 즐기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실 내부는 체험장답게 조명시설과 물 관련 프로그램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수족관이 유난히 많이 놓여 있네요. 허락받지 못한 남의 집에 오래 있을 수 없기에 다시 Go~~



신방리 자호천 생태학교를 나오면 우측으로 영천호가 눈에 들어옵니다. 상류지역이라 물이 약간 탁한 초록색으로 보입니다.
20여 년 전만 해도 댐 주변으로는 콩, 들깨, 수수 등의 밭작물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과수원으로 바뀌었네요! 곳곳에 주황색 울타리가 쳐지면서 예전 정겨웠던 오지 풍경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영천댐 공원입니다. 오전 10시쯤 됐는데 벌써 물놀이장에는 아이들이 즐겁게 물장구를 치고 있습니다. 물에 들어가고 싶은 아이들은 은근히 엄마 아빠의 눈치를 보며 손을 끌어봅니다. 아래쪽의 강변공원보다는 영천댐 공원이 밤이면 더 시원한 편입니다. 강쪽으로 자리를 잡으면 자리에 누워 물소리도 들을 수 있고요!


다시 임고 강변공원으로 돌아왔네요!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데 3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네요! 출발할 때와 달리 강변공원의 물놀이장에는 이제 아이들이 가득합니다. 음악분수는 리듬을 타며 아이들을 즐겁게 해줍니다. 이럴 때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에 엄마 아빠들도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모든 시설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서인지 주말이나 연휴기간에는 텐트 자리 잡기가 치열한 편입니다. 특히 나무 그늘이 있고 강바람이 시원한 곳은 일주일 내내 텐트가 설치되어 있기도 합니다. 주인은 통 보이지 않던데…!

저는 라이딩 자체를 즐기거나 운동 목적이 아닌, 그냥 시간이 되면 계획 없이 여기저기 여행삼아 자전거를 탑니다. 최근에 싸이클이 펑크나서 오늘은 무거운 자전거를 탔는데, 이게 생각보다 속도도 안 나고 체력 소모가 많네요.
주말에 다시 영천 임고강변공원을 찾는다면 트렁크에 작은 자전거 하나 실어 보세요. 캠핑도 즐기면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잠시 자전거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벚꽃길의 낭만과 영천호의 시원함, 그리고 정겨운 농촌 풍경이 함께하는 이 코스는 영천을 찾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여행 코스입니다. 천문대와 보현산댐, 또는 죽장면에서 주왕산까지의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