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미소를 만나다! 경주 남산 부처님과 관세음보살상을 만나는 등산코스

경주 남산(금오봉 468m)은 신라 시대 사람들이 바위 하나하나에 부처님의 형상을 새기며 극락정토를 꿈꿨던 성지입니다. 골짜기마다 수백 점의 불상과 탑이 숨어 있어, 등산과 문화재 답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이자 교육의 현장입니다. “남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경주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재 남산에는 100여 곳의 절터, 80여 구의 석불, 60여 기의 석탑이 산재해 있습니다. 그야말로 노천박물관입니다.
남산에는 수많은 골짜기와 등산로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물이 풍부한 삼릉계곡과 용장마을 코스를 중심으로 둘러볼 만한 부처님(관세음보살상 포함)을 정리해봅니다.

어깨가 넓고 가슴이 당당하여 남성적인 위엄이 느껴지는 삼릉계곡 석조여래좌상


1. 경주 남산 부처님(관세음보살상)을 찾아가는 등산코스

남산은 하이킹과 문화유적 탐방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입니다. 삼릉계곡 루트는 경주 시내에서 접근하기 쉽습니다. 삼릉탐방지원센터나 용장주차장에서 출발해 산허리를 따라 여러 유적을 차례로 만날 수 있습니다. 경주 남산의 정상인 금오봉은 468m로 높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가벼운 운동화와 편한 복장으로 주말 나들이 장소로 제격입니다.

경주 남산의 삼릉계곡의 부처님(관세음보살상) 위치을 확인하세요!

▶ 전국 23개 국립공원 탐방로, 등산지도(PDF)


① 삼릉코스(서남산)

삼릉숲 → 제2사지 석조여래좌상(머리없음) → 관세음보살입상 → 선각육존불 → 석조여래좌상(보물 666호) → 상선암 → 마애여래좌상 → 금오봉
삼릉주차장에서 금오봉까지는 약 2.5km로 약 2시간. 가장 대중적이며 볼거리가 많습니다.


② 통일전 코스 (서출지)

통일전 → 염불사지 → 칠불암 → 신선암
신선암까지는 약 2.5km로 칠불암까지는 평지와 완만한 경사길입니다. 칠불암까지는 약 1시간 거리로 초보자들이 오르기 좋은 코스입니다.
칠불암에서 신선암으로 올라가는 약 200m 구간이 가파른 오르막으로 전망이 뛰어납니다.


③ 용장마을

용장마을 주차장 → 설잠교 → 용장사곡 삼층석탐 → 석조여래좌상 → 금오봉
용장마을 공영주차장에서 금오봉까지는 약 3.5km 거리지만, 삼층석탑(석조여래좌상)까지는 2km정도 됩니다. 계곡미가 뛰어나고 김시습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④ 새갓골/노곡리

주차장 →열암곡 마애불 →신선암 →칠불암
새갓골 주차장에서 마애불까지는 1km정도로 완만한 경사길입니다 마애불에서 골짜기를 따라 칠불암과 신선암을 둘러봐도 좋습니다.(약 2.5km)

▶경주 남산의 모든 등산코스 정리



2. 경주 남산의 대표적인 부처님(관세음보살상)

대부분의 부처님은 등산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습니다. 미리 위치를 확인해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마애불)은 빛의 각도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므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방문하면 입체감 있는 사진을 찍기에 가장 좋습니다.

1). 삼릉계곡 마애관세음보살입상

삼릉계곡 초입에서 관세음보살상이 자애로운 눈매로 등산객을 따뜻하게 맞이합니다. 바위면에 돋을새김으로 조각된 이 불상은 자연 암벽을 그대로 활용해 살짝 깎아 도드라지게 새겼습니다. 머리에는 보관(寶冠)을 쓰고 왼손에는 보병(감로수 병)을 쥐고 있으며, 온화한 미소와 자비로운 표정이 특징입니다. 이 불상의 백미는 ‘붉은 입술’입니다. 천 년이 넘는 세월에도 입술 주변에 붉은 채색 흔적이 남아 있어, 신라 시대 불상들이 화려하게 채색되었음을 보여주며 자비와 구제의 상징성을 강조합니다.

삼릉계곡 탐방로 입구에서 비교적 이른 시점에 마주하게 되며, 산책 수준의 탐방로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삼릉계곡 초입에서 만나게 되는 인자한 모습의 관세음보살상


2). 삼릉계곡 제2사지 석조여래좌상

삼릉계곡 제2사지 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 시대의 석조 불상입니다. 1964년 땅속에서 발견되었으며, 현재 경주 남산에서 가장 잘 알려진 불상 중 하나입니다. 높이 1.6m의 대형 불상으로, 웅장한 어깨와 가슴, 옷 주름과 매듭 등 복식 표현이 매우 사실적입니다. 현재 머리는 없지만, 등산로 정면에 위엄 있게 앉아 등산객들을 맞이합니다.


삼릉 주차장에서 약 2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합니다. 이 지점에서 좌측 오르막(약 50m)을 오르면 마애관세음보살입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3). 삼릉계곡 석조여래좌상 (보물)

삼릉계곡 중간 능선 바위에 조성된 보물 제666호 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 전성기(8~9세기)의 당당함을 보여주는 남산 일대 최대 규모의 좌불상입니다. 화강암에 깊게 새겨진 이 좌상은 안정된 자세와 균형 잡힌 비례로 엄숙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원래 머리가 없던 상태로 발견되어 새로 복원되었지만, 몸체의 조각 수법은 남산에서 손꼽힐 만큼 정교합니다. 어깨가 넓고 가슴이 당당하여 남성적인 위엄이 느껴집니다. 결가부좌를 튼 다리의 옷주름은 물결치듯 세밀하게 표현되어 신라 석공의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줍니다.

삼릉계곡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중간 지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세계유산 경주 남산 연구소


4). 삼릉계곡 선각육존불

삼릉계곡 암벽의 양쪽 측면에 여러 불상이 선각(線刻)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자연 암석에 가늘고 정교한 선으로 표현되어 있어, 입체로 새긴 석조불과는 다른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이곳은 삼릉계곡 내 여러 불상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마애관세음보살입상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등산로에서 약 30m 좌측 언덕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5). 삼릉계곡 마애여래좌상

상선암에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바둑바위가 나타나고, 바둑바위를 지나 내려서면 우측 절벽에 새겨진 석가여래불 좌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바로 앞까지 갈 수 없고, 멀리서만 볼 수 있습니다. 높이 6m로 남산의 좌불 중 가장 큰 이 마애불은 통일신라 후기 양식으로 추정됩니다. 바위가 약간 뒤로 기울어져 있어 불상이 먼 하늘을 올려다보는 듯하며, 반쯤 뜬 눈은 속세의 중생을 굽어살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바둑바위를 내려서면 정면에 멋진 소나무와 바위가 있습니다. 바위 위에서 우측 절벽을 잘 살펴보세요!

중생을 굽어살피는 것처럼 느껴지는 마애여래좌상


6). 칠불암 마애불상군 (국보)

신선암 아래 칠불암 주변 암벽에는 여러 불상이 작은 군집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름처럼 일곱 개의 불상이 모여 집단 신앙 공간을 형성하며, 산길을 따라 나타납니다. 큰 바위 면에 새겨진 삼존불(중앙 부처와 양옆 보살), 그리고 앞쪽 사각 돌기둥에 조각된 사방불(동서남북 부처)까지 총 7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라 불상 중 가장 ‘인간적인 미소’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통통한 볼과 은은한 미소가 보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만듭니다. 석굴암 본존불과 유사하면서도 8세기 신라 불교 조각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통일전에서 염불사지를 지나 완만한 경사길을 40~50분 정도 걸으면 됩니다.

석굴암 본존불과 유사한 분위기를 느낄수 있는 칠불암 마애불상군


7).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칠불암에서 대나무 숲을 지나 약 200m 오르막을 오르면 작은 이정표(신선암)가 나옵니다. 오솔길을 따라 내려서면 절벽 위에 마애보살반가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때 애국가의 배경으로도 등장한 이 마애보살반가상은 바위면에 조각되어 있으며, 일반적인 앉은 부처상과 달리 절반만 앉아 오른발을 내려놓은 드문 형태입니다. 연꽃과 구름, 은은한 미소와 유려한 선이 보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줍니다.


칠불암에서 200m 정도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야 합니다.

칠불암 절벽위에 자리잡은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한국의 세계유산 보러가기


8). 열암곡 마애불 (5cm의 기적)

지진으로 바위가 앞으로 넘어졌지만, 바닥 암반과 불상의 코 끝 사이가 단 5cm를 남기고 멈춘 기적 같은 불상입니다. 엎드린 상태라 전체를 보기는 어렵지만, 틈새로 보이는 오똑한 콧날과 굳게 다문 입술에서 통일신라 조각의 절제미와 힘이 느껴집니다. 곧 세워질 날을 기다리는 남산의 ‘잠자는 거인’입니다.


열암골 주차장에서 완만한 경사길을 20여 분 걸으면 만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골짜기의 작은 등산로를 따라 신선암과 칠불암까지 다녀와도 좋습니다.

5Cm의 기적으로 알려진 열암곡 마애불



9). 용장사곡 석조여래좌상

일반적인 불상은 평평한 대좌 위에 앉아 있지만, 이 불상은 3층 둥근 원반형 대좌 위에 앉아 있습니다. 산봉우리 전체를 불상의 하단부로 삼은 듯한 독창적인 디자인입니다. 머리는 없지만, 남아 있는 몸체의 곡선과 독특한 대좌의 조화만으로도 예술적 가치가 충분합니다. 매월당 김시습이 머물렀던 용장사의 깊은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용장마을 주차장에서 계곡길을 따라 30여 분 걸으면 작은 현수교가 나옵니다. 현수교를 건너 대나무 숲을 오르면 됩니다. 석조여래좌상에서 200m 정도 더 오르면 절벽 위에 우뚝 솟은 삼층석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조형미가 돋보이는 용장사곡 석조여래좌상


경주 남산의 부처님들은 천 년 동안 비바람을 견디며 신라인의 미소를 간직해 왔습니다. 불상의 얼굴 하나하나에는 당시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답사를 마치고 내려올 때면 마음이 한결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말, 운동화 끈을 꽉 매고 신라의 미소를 찾아 남산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