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가볼만한 곳, 금오산 약사암! 절벽 위 고즈넉한 암자와 마애불의 조화
설악산 등산을 앞두고 주말에 간단하게 구미 금오산 약사암을 올라본다. 구미 금오산은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해발 977m의 산으로, 정상인 현월봉에서 내려보는 낙동강과 구미시의 전경이 아름답고, 절벽 위에 절묘하게 자리 잡은 약사암과 오형돌탑이 유명한 곳이다. 그동안 산불로 인해 통제되었던 약사암의 마애불과 오형돌탑을 둘러보기 위해 아침 일찍 구미로 향했다.

- 등산코스 : 금오 랜드(주차장)-금오산 제1주 자창-금오산성-해운사(케이블카 상부터미널)-대혜폭포-할딱고개-철탑 삼거리-정상(현 월봉)-약사암-마애 석불-오형 돌탑-할딱고개-주차장
- 등산 거리 :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왕복 7Km
- 등산 시간 : 4시간(점심시간 30분 포함)
- 난이도 : 주차장에서 대혜폭포까지는 몸을 풀면서 서서히 올라가면 되고, 이후 할딱고개 이후부터 정상까지는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 주차 : 금오랜드 유료 주차장(1,500원)
구미 금오산은 구미역이나 시내에서 가깝고 접근성이 좋아 구미 시민과 등산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곳이다. 금오랜드에 주차를 하고 10여 분 정도 걸으면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케이블카 아래에 제1주차장이 있지만, 공간이 넉넉하지 않으니 안전하게 금오랜드 앞에 주차(1,500원)를 하고 걸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금오산 도립공원 입구에서 대혜폭포까지는 가볍게 몸 푸는 정도로 설렁설렁 걸으면 된다. 계단이 많아서 아이들도 좋아할 만하다.
대혜폭포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을 지나 산길 초입에서 마주한 대혜폭포는 상당히 높은 곳에서 물이 떨어지나, 안타깝게도 실제 폭포수를 보기는 쉽지 않다. 폭포 앞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며 이 산행의 분위기를 가늠해보았다. 폭포에서 우측으로 좁은 바위틈을 따라 10여 분을 오르면 도선굴이 나온다.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사진을 남기는 명소로,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라면 특별한 추억을 담아보시길 추천한다.
할딱고개
폭포를 지나 할딱고개에 접어들자, 이름처럼 정말 숨이 ‘할딱’ 하고 났다. 다행히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는 데크계단이 많이 설치되어 크게 어렵지 않았다. 현월봉과 약사암까지 가려면 이 구간을 지나야 하기에 꾹 참고 발걸음을 옮겼다. 할딱고개를 오르자 구미시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금오산 현월봉 -낙동강과 구미시가 한 눈에!
할딱고개를 올라선 이후부터는 가파른 너덜길이 이어집니다. 철탑삼거리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는 산 능선을 따라 펼쳐진 경치와 함께 등산객들의 환호와 웅성거림이 들린다. 정상에 오르면 현월봉이라는 정상석이 있고, 낭떠러지 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발아래로 약사암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바라본 금오산의 능선과 멀리 펼쳐진 낙동강의 물줄기, 구미 시가지 풍경은 말 그대로 탁 트인 자유로움이다. 절벽 아래 앉아 약사암을 바라보며 잠시 땀을 식힌다면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해방감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구미 금오산 약사암 – 절벽 위의 건축미학
이번 산행의 목적지인 약사암이다. 일주문을 지나 계단을 내려서면 약사암의 전각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암벽에 매달린 듯한 약사암은 말 그대로 ‘숨이 멎는’ 광경이다. 바위와 암벽 사이 좁은 공간을 따라 지어진 작은 암자는 자연과 인공이 극적인 조화를 이룬다. 사찰 전체가 마치 바위에 기대어 있거나 바위에서 솟아난 듯하다.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은은하게 드러내는 건축미가 돋보인다. 사람들이 지나간 인적이 드문 절집에서 잠시 허기를 달래고 화장실 옆 오솔길로 내려선다.
약사암 마애여래입상과 오형돌탑
약사암에서 20여 분 오솔길을 내려가면 바위로 둘러싸인 양지바른 곳에서 마애불을 만날 수 있다. 그냥 생각 없이 걸으면 미처 보지 못할 수 있으니 관심을 갖고 걸어야 한다. 이 마애불은 높이 약 4.3m, 너비 약 1.3m 정도의 바위 모서리에 양각으로 조각되어 있으며, 특이하면서도 직선적이고 엄숙한 느낌을 준다. 둥글고 단정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조화를 이루어 자비로움이 느껴진다. 왼손은 가슴께에 들고 오른손은 아래로 내려 항마촉지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석가모니가 마귀를 물리칠 때 취한 자세로 불교적 의미가 깊다. 이 마애불은 바위 모서리 부분에 새겨져 있어 한쪽 방향에서는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없다.
마애불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절벽 위에 유아적이면서 오밀조밀한 돌탑들이 줄지어 쌓여 있다. 돌탑의 꼭대기에는 거북이와 비둘기 같은 동물이 앉아 있고, 나로호 같은 의미 있는 돌탑도 찾을 수 있다. 오래오래 무너지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들러서 할아버지의 손자를 향한 애틋한 정성과 사랑을 느끼고 갔으면 한다. 조심스럽게 손바닥만 한 돌 하나를 주워 올렸다.
오형돌탑을 지나고 나면 특별한 볼거리 없어 지루한 길이 이어진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공원입구에 도착하니 40여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요즘 며칠 동안은 초여름의 따뜻한 기온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연한 초록빛 새싹들이 점차 짙은 녹음으로 물들어가는 변화의 계절이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도 제법 상쾌하고 시원하다. 요즘 같은 날씨와 자연환경은 등산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