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은 한반도의 역사와 사상이 겹겹이 쌓인 산입니다. 걷는 순간부터 문화유산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국립공원입니다. 바위와 숲, 그리고 천년 사찰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과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가야산 정상인 상왕봉을 오르는 코스는 크게 2가지입니다. 다른 산들에 비해 등산 코스는 단순하지만, 정상에 오르고 나면 그 어떤 산에서도 느낄 수 없는 희열과 감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가야산 상왕봉을 오르는 2개의 코스(만물상과 해인사 최단코스)를 정리하고,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가야산 등산코스(해인사 최단코스와 만물상 코스)
가야산은 경상남도 합천군·거창군과 경상북도 성주군에 걸쳐 있으며,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최고봉은 상왕봉(1,430m)입니다. 바로 인접한 칠불봉(1,433m)과 함께 가야산의 두 주봉을 이룹니다.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능선이 웅장하고, 절벽과 기암, 암릉이 연속적으로 이어집니다.
가야산 등산코스는 크게 해인사(최단코스)와 만물상(백운동탐방지원센터) 두 방향으로 나뉩니다.
대부분 탐방객들은 백운동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서 만물상, 상아덤, 칠불봉, 상왕봉을 거쳐 해인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합니다.
1). 해인사 최단코스
가장 대표적인 코스로, 문화 탐방과 등산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해인사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상왕봉을 먼저 오른 후 칠불봉에 오를 수 있습니다. 주차는 해인사 성보박물관 앞 무료주차장을 이용하세요.
평이한 등산로로, 숲이 우거진 완만한 경사길이 이어집니다. 특별한 볼거리는 많지 않지만, 봉천대 아래 등산로에서 50m 정도 떨어진 석조여래입상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해인사(용탑선원)→ 토신골탐방지원센터→ 석조여래입상→ 봉천대 → 상왕봉 → 칠불봉
- 거리 : 4Km(상왕봉까지)
- 시간 : 2시간
- 난이도 : 초중

2). 백운동 탐방지원센터(만물상 코스)
가야산의 진짜 얼굴을 느끼고 싶다면 선택해야 할 코스입니다. 백운동 탐방지원센터 아래에 넓은 무료주차장이 있습니다. 야영장에서 좌측의 가파른 계단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초반 1.5km는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이후 상아덤까지는 험한 암릉 구간의 오르내림이 반복됩니다.
초보자라면 야영장에서 용기폭포(용기골) 방향으로 오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서성재에서 합류하게 됩니다. 정상 부근으로 갈수록 바람이 강하므로 겨울철에는 철저히 준비하고 가야 합니다.
- 백운동탐방지원센터 → 만물상 탐방로 → 상아덤 →서성재 →칠불봉 → 상왕봉
- 거리 : 약 5km(주차장에서 부터)
- 시간 : 3시간 30분~5시간
- 난이도 : 최상
- 공영주차장 : 경북 성주군 수륜면 가야산식물원길 66
- 상왕봉에서 해인사로 하산할 경우 차량회수를 위해 택시이용(백운동까지 30분, 요금은 약 25000원)
초보자코스
- 백운동탐방지원센터 → 용기폭포 → 서성재 →칠불봉 → 상왕봉
- 거리 : 약 4.4km(주차장에서 부터)
- 시간 :3시간~4시간
- 난이도: 중 (서성재에서부터 1km 가까이 가파른 계단길이 이어집니다.)
- 백운동에서 서성재까지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게 되고, 서성재에서 만물상코스와 합류하게 됩니다.
3). 만물상 코스 – 가야산 최고 난이도의 백미
가야산의 만물상 코스는 이름부터 이 산의 성격을 드러냅니다. ‘만 가지 물상이 모여 있다’는 뜻 그대로, 이곳은 단순한 바위길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거대한 야외 전시장입니다. 바위 하나하나가 저마다 다른 형상을 하고 있어, 옛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형상이 여기 모였구나”라고 감탄했고, 그것이 ‘만물상’이라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만물상 코스를 걷다 보면 바위가 더 이상 ‘돌’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떤 것은 거북이처럼 보이고, 어떤 것은 촛대처럼 솟아 있으며, 또 어떤 것은 기도하는 사람의 형상을 합니다. 이름이 붙은 바위만 해도 셀 수 없고, 그 외에도 각자의 상상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읽힙니다. 이처럼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보이는 풍경”이 만물상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산이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풍경을 완성하는 공간입니다.

만물상 코스 특징
이 구간의 가장 큰 특징은 ‘끊임없는 암릉 구간’입니다. 나무 뿌리를 밟는 숲길보다,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하는 바위길이 대부분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이 이어지고, 일부 구간은 쇠난간과 로프를 이용해 이동해야 합니다.
특히,
촛대바위, 낙타바위, 두꺼비바위 등 이름이 붙은 기암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절벽
능선에 올라서면 탁 트인 합천과 성주 방면 조망
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거대한 자연 조각관을 걷는 기분을 줍니다.
해인사와 팔만대장경
가야산을 이야기할 때 해인사를 빼놓으면 절반만 보는 셈입니다. 해인사는 신라 애장왕 3년(802년)에 창건된 사찰로, 불교 삼보 가운데 ‘법보(法寶)’를 상징하는 법보사찰입니다. 참고로 불보사찰은 통도사, 승보사찰은 송광사입니다.
해인사의 핵심은 세계유산인 팔만대장경입니다. 팔만대장경은 고려 고종 때 몽골의 침입을 부처님의 힘으로 막기 위해 만든 약 81,258장의 목판 경전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불교 경전 목판본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를 보관하는 장경판전은 건축적으로도 뛰어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자연 통풍과 습도 조절만으로 수백 년 동안 목판을 보호해 왔습니다.

해인사 일대는 등산 없이도 충분히 매력적인 산책 코스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홍류동 계곡 산책길, 장경판전 외곽 탐방로, 고즈넉한 템플스테이 구역이 있으며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이 구간만 걸어도 가야산의 정신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 홍류동 계곡 : 해인사 입구부터 이어지는 계곡으로, 가을 단풍철에는 붉은 물결이 장관입니다.
- 백련암 : 성철스님이 머물렀던 암자, 조용한 명상 공간
- 치인마을 : 소규모 카페와 전통 음식점 밀집
- 대장경테마파크 : 팔만대장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시관
등산 + 역사 + 자연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구조라, 하루 일정만으로도 충분히 밀도 있는 여행이 됩니다.
가야산은 영남의 금강산이라 할만큼 아름다운 산입니다. 특히 만물상 코스는 자연이 만들어낸 전시장에 들어가는 느낌을 줍니다. 그 중심에는 상왕봉과 칠불봉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산 아래에는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이 천 년의 세월을 견디고 있습니다. 가야산은 사계절을 모두 올라봐야만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계절마다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산입니다. 아마 풍경보다는 가야산의 분위기를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