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자연이 가장 아름답게 물드는 계절입니다. 그중에서도 청도 운문사(雲門寺)는 붉게 타오르는 단풍과 고즈넉한 사찰 분위기가 어우러져 가을날 명상 여행지로 손꼽힙니다.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잠시 마음을 쉬게 하고 싶을 때, 운문사는 그 답을 주는 공간입니다.
경북 청도군 운문면의 깊은 산속에 자리한 운문사는 천년 고찰의 품격과 청정한 자연이 어우러진 도량입니다. 신라 진흥왕 21년(560년경) 원광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이후 수많은 고승이 머물렀던 비구니 수도도량의 중심 사찰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날 운문사는 전통 수행과 불교 교육이 이어지는 한국 최대의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유명합니다.

1. 청도 운문사 소개
운문사는 깊은 산세와 안개가 자욱한 풍경 때문에 ‘운문(雲門)’, 즉 ‘구름의 문’이라 불립니다. 입구 매표소에서 경내까지 이어지는 고요한 소나무 숲길은 마치 세속과 단절된 또 하나의 세상 같습니다. 잔잔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1km 정도 걸으면 경내가 나타납니다. 대웅보전, 명부전, 산령각, 보장전 등 전통 사찰의 조형미가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깃든 소나무와 정갈한 전각들이 운문사의 상징처럼 서 있습니다.
2. 운문사의 상징
운문사를 방문하면 꼭 주목해야 할 특별한 요소들을 항목별로 정리했습니다.
1).새벽 예불: 청정한 수행의 시작
운문사는 현재도 수많은 비구니 스님들이 경학을 배우고 수행하는 전문 도량입니다. 새벽 일찍 시작되는 예불은 운문사의 청정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순간입니다.
새벽(오전 3시~4시 30분)의 맑은 공기 속에서 법고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수백 명의 스님들이 올리는 예불 소리는 운문사의 수행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일반 참배객에게도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참배객은 정숙하게 참여하거나 외부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2). 천연기념물 제180호, 처진 소나무
운문사 경내 앞뜰에 자리한 이 소나무는 높이 약 6m, 수령 약 400년으로 추정되는 귀한 나무입니다. 옛 고승이 시든 나뭇가지를 꺾어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운문사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에 막걸리를 물에 타서 뿌려주며 정성껏 가꾸고 있습니다.
일반 소나무와 달리 가지가 아래로 축 처져 반원형에 가까운 수형을 이루고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아름답고 희귀한 모습입니다. 처진 가지가 땅에 닿지 않도록 지지대로 받쳐 놓았습니다.

3). 고즈넉한 소나무 길: 운문사의 입구
운문사 입구부터 이어지는 약 1km의 소나무길은 잔잔한 햇살과 솔향이 어우러진 산책 코스입니다. 가을 햇빛에 반짝이는 솔잎과 붉은 단풍잎이 어우러져 걷는 내내 자연의 색감에 빠져들게 됩니다. ‘마음이 비워지는 길’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곳입니다.
넓고 평탄한 길을 따라 걸으면 소나무의 맑고 상쾌한 솔향을 맡을 수 있어 가족 단위나 아이들과 편안하게 산책하기 좋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사찰의 분위기를 미리 느껴볼 수 있습니다.
4). 비구니 승가대학: 한국 불교의 미래
운문사는 한국 최대의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는 수행도량으로, 사찰 특유의 엄숙하면서도 평화로운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1958년 비구니 전문 강원이 개설된 이래 국내 최대 규모의 비구니 교육 도량인 운문승가대학으로 발전했습니다.
약 260여 명의 비구니 학승들이 4년간 경학을 공부하며 수행하는 이곳은 한국 불교의 정통성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운문사는 승가대학 외에도 한문불전대학원과 보현율원을 갖추고 있습니다.
3. 운문사 사리암
운문사 주변 부속암자로는 청신암, 내원암, 북대암 등이 있지만, 그중 사리암은 반드시 함께 들러보아야 할 명소입니다.
사리암은 운문사에서 남쪽으로 약 3km 떨어진 호거산 중턱, 경사가 심한 바위 절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소원 성취의 암자’로 유명합니다.
운문사에서 사리암 주차장까지는 약 2km로 계곡을 따라 숲길을 걸어야 합니다.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주말에는 주차장이 좁아 운문사에서 통제될 때가 많습니다. 사리암 주차장에서 사리암까지는 약 1,008개의 돌계단을 올라가야 합니다. 경사가 심한 편이지만, 사찰에서 들려오는 청아한 불경 소리와 숲속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오르는 길은 그 자체로 고행이자 수행의 경험이 될 것입니다.

‘삿된 것을 여윈다’는 뜻의 사리암은 세상에 묻혀 살며 물들어진 온갖 때 묻은 것을 떨쳐버리고 일심으로 기도하면 나반존자님이 던져주는 돌을 받아 쥘 수 있다고 전해옵니다. 나반존자는 석가여래께서 돌아가신 후 미륵불이 출현하기까지 중생을 제도하려는 원력을 세운 분입니다. 부처님의 부촉을 받고 항상 천태산상에서 선정을 닦으며 열반에 들지 않고 말세 중생의 복밭이 되어 미륵불을 기다리는 존자입니다.
나반존자 기도처: 사리암은 나반존자를 모신 기도처로 특히 유명하며, 대한민국 5대 기도 성지 중 하나로 꼽힙니다. 나반존자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독성이라고도 불리는 성자입니다.
사리굴 전설: 경내에는 사리굴이라는 작은 굴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수만큼 쌀이 나왔는데, 욕심을 부려 구멍을 넓힌 후부터는 쌀이 나오지 않고 물이 나오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봄에는 청도 운문댐 호반을 따라 펼쳐지는 벚꽃길이 아름답고,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을 즐길 수 있습니다. 주변에는 가지산, 운문산, 석남사 등 영남알프스 명소들이 가까이 있습니다. 밀양 얼음골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천황산에 오르면 아름다운 억새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4. 운문사 가는 길과 연락처
위치: 경북 청도군 운문면 운문사길 264
자가용: 경부고속도로 경산 IC → 운문면 → 운문사 (약 1시간 소요) / 경부고속도로 언양 IC → 가지산온천 → 운문사
대중교통: 청도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시내버스 이용(약 1시간 소요), 하차 후 소나무 숲길을 약 20-30분 걸어야 합니다.
택시 이용 시 : 청도역 기준 약 30km 거리로, 택시비는 약 3~4만 원 정도 예상됩니다.
청도 운문사 : 경북 청도군 운문면 운문사길 264번지
TEL : 054- 372-8800
사리암 : 경북 청도군 운문면 운문사길 526
TEL : 054-372-8811
운문사의 가을은 단순히 ‘단풍이 예쁜 절’이 아닙니다.
바람에 스치는 낙엽, 목탁 소리, 소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이 한데 어우러져 마음이 잠시 멈추는 순간을 선물합니다.
사진보다, 풍경보다 고요 자체가 아름다운 곳—올가을 청도 운문사에서 그 평온함을 직접 느껴보세요.
잠시 머무는 여행이라도, 마음속 번잡함을 내려놓고 운문사의 맑은 공기와 수행의 에너지를 느껴보길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