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경도는 조선 후기 민간에서 널리 즐기던 계급 상승 놀이로써, 참가자들이 관직 승진의 과정을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보드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주사위를 던지고 말을 움직이는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서서, 조선시대의 복잡한 관직 제도와 계급 체계, 사회적 이동성, 그리고 당시의 독특한 놀이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중한 교육 자료로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당시 과거 시험과 관직 진출에 대한 그들의 열망과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승경도 놀이의 흥미진진한 유래와 역사적 발전 과정, 그리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민속놀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승경도 보드게임이란?
승경도는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경(卿)으로 오르는 과정을 그린 그림’입니다. 여기서 ‘경(卿)’은 조선시대의 고위 관직을 의미하는데, 이 보드게임은 관리가 고위직에 오르는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어릴 적 많이 즐겼던 뱀 사다리 게임과 비슷한데, 주사위를 굴려 말을 움직이며 승진하거나 좌천, 유배를 가는 규칙에 따라 진행됩니다.
오늘날의 승경도는 이 전통놀이를 바탕으로 복원하거나 재구성한 보드게임입니다. 이 역사적인 놀이는 가족 단위 전통 체험 활동, 학교 민속 수업, 박물관 교육 자료 등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의 승경도 놀이
승경도 놀이는 조선 후기 양반 자제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놀이입니다. 당시 양반 사회에서는 과거 시험을 통한 벼슬길이 가장 중요한 삶의 목표 중 하나였으며, 이러한 사회상이 출세와 승진을 주제로 한 놀이에 반영되었습니다. 놀이의 형식은 간단하지만 의미는 깊습니다. 놀이를 통해 복잡한 당시의 관직 체계와 유교적 가치관, 사회적 신분 구조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해주었습니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해동 죽지(海東竹枝)》 등의 고문헌에서 승경도와 유사한 놀이문화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정조 시대 이후에는 민간에까지 널리 퍼졌으며, 당시 사용된 승경도판이 실물로 남아있어 그 역사적 실재성을 입증합니다. 이들 문헌에 따르면, 승경도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즐기던 놀이였으며, 교육과 여흥이 어우러진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승경도 게임 방법
- 인원 : 2명~5명 ( 가족 단위, 학급 단위 체험에 적합)
- 게임 연령 : 5세 이상
- 구성 : 게임 보드, 윤목, 게임 말, 벌칙 카드, 이벤트 카드
승경도의 게임 목표는 시작 지점에서 출발해 ‘봉조하’ 등의 고위 관직에 먼저 도달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게임 진행은 윷놀이와 비슷합니다. 오각형으로 생긴 “윤목”이라는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도개걸윷모”에 따라 해당 번호로 이동하여 게임룰을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초기에는 자신의 신분(은일, 문과, 무과, 군졸, 남행)을 정하고 해당되는 게임 말을 갖고 시작합니다.
현대화된 승경도 놀이에서는 인사권이나 암행어사 상소, 청백리 카드 등을 이용하여 게임을 뒤집을 수도 있고, 특정인을 곤경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1) 진행 방식
순서대로 주사위를 굴리고 말판 위 관직 명칭을 따라 말(駒)을 이동합니다. 각 칸에는 특정 지시가 적혀 있습니다.
예: “과거 급제 → 판서로 진급”, “상소 실패 → 파직”, “왕의 부름 → 승진” 등
운이 좋으면 급속 승진을 하거나 특진할 수 있고, 운이 나쁘면 파직, 좌천, 감옥행 등도 가능하여 게임에 긴장감과 재미를 더합니다.
2) 벌칙 요소 (선택 적용 가능)
파직당한 경우 일정 횟수 동안 주사위를 쉴 수 있습니다. 감옥 간에 도착 시 ‘면죄 기회’가 나올 때까지 주사위를 1회만 굴리는 규칙도 존재합니다. 벌칙 카드나 이벤트 카드를 활용하면 현대식 룰로 더욱 역동적인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관직
1). 영의정
조선 최고위 행정관으로 오늘날의 국무총리에 해당
우의정·좌의정과 함께 삼정승으로 불리며, 국왕의 국정 자문 및 정책 총괄
승경도의 최종 도착지이자 승리 조건
2). 좌의정 / 우의정
영의정을 보좌하는 정 2품 관직으로 정책 입안과 행정 처리의 핵심
도달 시 높은 점수를 부여하거나 게임 승리에 근접
3). 판서
육조(이조, 병조, 호조, 예조, 형조, 공조)의 수장으로 오늘날의 장관급 지위로 중앙 부처를 총괄
예: 이조판서는 인사권을 가진 강력한 실권자
4). 참판 / 참의
판서를 보좌하는 종 2품 / 정 3품의 중앙 관직으로 실무 총괄 및 문서 관리
5). 현령 / 군수 / 목사
지방 행정 단위의 책임자
현령: 작은 고을 담당
군수: 중간 규모 군(郡)의 수령
목사: 대도시, 예를 들어 전주 목사는 유서 깊은 요직
6). 감찰 / 사헌부 / 사간원 관직
조선의 감찰기관
사헌부: 관료 부정 감찰
사간원: 왕의 정책에 대한 간언(간쟁)
종종 ‘파직’이나 ‘탄핵’ 이벤트와 연결되기도 함
7). 생원 / 진사
소과 합격자로, 과거 시험 통과의 초기 단계로 ‘출발지’ 역할을 하며, 시작 직위로 활용됨
8). 정랑 / 좌랑
육조의 말단 관직으로 정 6품 / 정 7품에 해당하며, 서류 심사·행정 기록 담당
본격적인 중앙 관직 진입 전으로 게임 초반 구간
9). 교리 / 문신 / 무신
교리: 홍문관, 성균관 등에서 학문 연구와 경연 담당
문신 / 무신: 문과, 무과 출신의 하급 관료들
10). 벌칙 또는 이벤트와 관련된 관직
파직(罷職): 관직을 박탈당하는 일. 일정 턴 동안 주사위를 못 굴리는 페널티
좌천(左遷): 하위직으로 강등. 일정 칸 뒤로 이동
유배지 이동: 말판에서 특정 위치로 이동하거나 게임 후반부에서 점수 감점
승경도와 유사한 조선시대 민속놀이
승경도 외에도 조선시대에는 사회 구조와 문화를 반영하는 다양한 보드게임 형태의 민속놀이가 존재했습니다. 대표적인 민속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입지 놀이
입지 놀이는 글자 카드와 말판을 이용해 개인의 소망과 이상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표현한 놀이입니다. 학문, 과거 급제, 출세와 같은 조선시대의 유교적 가치를 담고 있으며, 승경도처럼 교육적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2). 입궐 놀이
입궐 놀이는 궁궐 출입 과정을 놀이로 구현한 것으로, 왕실 의식과 절차를 익히는 데 활용되었습니다. 말판 위에서 궁궐의 구조와 절차를 따라가며 왕실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3). 육은 놀이
육은 놀이는 주사위를 굴려 말판 위의 관직이나 관청을 이동하는 방식으로, 승경도와 매우 유사합니다. 오늘날에도 민속박물관과 전통놀이 행사에서 자주 재현되고 있습니다.
교육현장에서의 승경도
오늘날 승경도는 단순한 전통놀이를 넘어서 역사 교육 콘텐츠, 가족 간 전통문화 체험, 학교 민속 수업 자료로 새롭게 조명 받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 역사 이해: 조선의 관직 체계를 놀이로 배우며 자연스럽게 역사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일 수 있습니다.
- 가족 놀이: 단순한 규칙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 세대 간 전통문화 교류에 좋습니다.
- 문화재 활용: 문화재와 박물관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승경도를 디지털 게임과 앱으로 구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승경도 보드게임은 조선 시대의 정치·사회 구조를 반영하고, 당대 민중의 심리와 현실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귀중한 민속 유산입니다. 언뜻 단순한 주사위 놀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조선인의 가치관과 사회 구조, 교육 철학이 깊이 녹아 있습니다. 이 전통놀이를 통해 조선의 삶을 이해하고 가족과 함께 즐기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승경도 보드게임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배움과 재미, 전통의 소중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